일본 괴담 – 선배의 집, 대학 졸업 후 도쿄에서 방송 작가로 성공한 줄 알았던 선배와의 만남, 그러나 선배는 1년 만에 흙빛 안색으로 변해 있었다
이 이야기는 제가 대학을 졸업하고 갓 상경했을 무렵의 이야기였다.
그 당시 대학 시절 서클에서 친하게 지내던 선배가 한 분 있었다. 굉장히 유능한 분이라, 졸업 후 방송 작가로 꽤 엘리트 같은 회사에 취업한 정말 우수한 분이었다. 그 선배가 취업을 해서 먼저 도쿄에 나가 있었기에, 오랜만에 그분 댁을 방문했다.
동경하던 선배를 만날 생각에 기대하며 집에 갔는데, 대학을 졸업한 지 겨우 1년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선배는 몰라보게 변해 있었다. 눈은 움푹 패어 번들거렸고, 얼굴색은 흙빛이었다.
(어라, 선배가 이런 느낌이었나? 예전에는 훨씬 생기 넘쳤던 것 같은데…….)
그렇게 집 안으로 들어가 이야기를 나누는데,
“하아, 취업은 했는데 좀처럼 잘 안 풀리네. 대학 때는 모든 일이 척척 잘 풀렸는데, 막상 사회에 나오니 너무 어렵다.”
이런 식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밤이 깊어졌고, 결국 선배네 집에서 자고 가게 되었다. 선배가 “먼저 씻을게”라며 욕실로 들어갔고, 저는 무심코 바닥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바닥에는 나무 틈새, 그러니까 이음새 같은 게 있지 않은가. 거기서 갑자기 물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보통 상식적으로 바닥에서 물이 솟구칠 리가 없으니 저도 깜짝 놀라 바라보고 있자니, 어느새 커다란 물웅덩이가 생겼고 저는 서둘러 가지고 있던 수건으로 물을 닦아냈다. 그러던 중 마침 선배가 욕실에서 나왔다.
“선배, 이 집 물이 새는데요?”
그러자 선배가 대답했다.
“하아? 무슨 소리야? 물이 샜으면 살고 있는 내가 먼저 알았겠지.”
“그럼 저 다음으로 씻을게요. 방금 물이 새어 나온 곳이 여기거든요. 선배, 여기 좀 보고 계세요. 어쩌면 제가 욕실을 쓸 때 배관 문제로 물이 샐지도 모르니까요.”
그렇게 말하고 욕실을 빌려 썼지만, 결국 물은 전혀 새지 않았다.
(이상하네. 아까는 분명히 물이 새서 웅덩이까지 생겼었는데. 다시 씻으면 똑같은 곳에서 물이 샐 줄 알았더니.)
그렇게 생각하며 그날은 하룻밤 묵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 후로도 선배와 몇 번 만났지만, 희한하게 선배네 집에 갈 때면 길을 잘못 들거나 열차를 반대로 타는 일이 잦았다. 그러다 우연히 선배 집 근처에 가게 되어 ‘가는 김에 들르자’는 식으로, 무언가에 이끌리듯 방문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날이면 꼭 선배는 남자친구와 헤어진 직후라거나, 일이 잘 풀리지 않는 등 고민에 빠져 있을 때가 많았고, 저는 늘 어두운 이야기를 들어주다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그러다 보니 저도 상경 생활이 바빠져 한동안 선배와 연락이 끊겼다. 그러다 오랜만에 선배에게 연락해 볼까 싶어 전화를 걸었더니,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입니다.』
안내 음성이 들리며 전화가 해지되어 있었다. 불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날은 다른 일정이 있어 이동하려 했다. 그런데 갑자기 일정이 취소되었고, 게다가 전철을 잘못 타는 바람에 정신을 차려보니 선배가 사는 역에 내려 있었다.
(어라, 왜 전철을 잘못 탔지? 뭔가 이상해. 하지만 마침 선배 걱정도 됐으니 집까지 한번 찾아가 보자.)
그렇게 선배의 집을 찾아갔다. 도착해서 노크를 해보았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선배,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도 꽤 우울해 보였고 고민이 많아 보였는데, 방에 틀어박혀 있는 건가?)
그 생각에 문고리에 손을 댔더니 문이 ‘칵’ 하고 열렸고, 그 순간 비릿하고 역한 냄새가 확 풍겨져 나왔다. 안을 들여다보니 당장 버릴 수 없는 가재도구들이 모여 있었고, 바닥에는 적갈색 얼룩 같은 것이 묻어 있는 게 보였다. 그것을 본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너무 무서워진 저는 급히 문을 닫고 도망치듯 돌아왔다.
집에 돌아와 마음을 추스른 뒤 선배의 본가 번호를 알아내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선배의 부모님께서 말씀하셨다.
“갑작스러운 일이었지만, 세상을 떠났단다.”
그 말을 듣고 정말 큰 충격을 받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역시 이상한 점은, 선배가 낙담하거나 고민이 있을 때마다 제가 늘 이끌리듯 선배의 집을 찾아갔던 것과, 바닥에 퍼져 있던 그 적갈색 얼룩이었다. 제가 처음 자고 갔을 때 물웅덩이가 생겼던 바로 그 자리, 그 모양 그대로 물이 번져 있던 위치와 완벽하게 일치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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