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괴담 라디오 특집 요괴 백물어 괴담, 20명이 5개씩 무서운 이야기를 하기로 한 라디오 특집 ‘백물어’. 분명 100개의 촛불이 모두 꺼졌지만, 한 아나운서는 자기 차례가 오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의아해하며 다시 들어본 녹음본에는 중얼거리는 낯선 목소리가 담겨있는 괴이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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妖怪百物語[백물어] 뜻 : 백물어(百物語, ひゃくものがたり)는 일본 에도 시대부터 전해 내려오는, 100개의 촛불을 켜놓고 사람들이 돌아가며 괴담을 이야기하는 공포 놀이
이 이야기는 내가 아는 라디오 구성 작가(라이터)분에게 들은 이야기다.
예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행사 중에 ‘요괴 백물어(햐쿠모노가타리)’라는 게 있었다.
이건 말이죠, 동료들이 몇 명 모여서 한 사람씩 무서운 이야기를 하는 거다.
그러고는 촛불 백 자루를 절 경내에 세워두고,
무서운 이야기를 하나 하면 촛불을 하나씩 꺼 나가는 거였다.
그렇게 백 가지 무서운 이야기를 하면 백 자루의 촛불이 모두 꺼지겠지?
마지막 한 자루가 꺼졌을 때 진짜 유령이 나타난다는…
뭐, 의식이라기보다 담력 시험 같은 것이었다.
이걸 지방 라디오 방송국에서 실제로 프로그램으로 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절 같은 곳을 빌려서 아나운서, 디렉터, 스태프, 연예인들을 불러 모았다.
그렇게 스무 명을 모았다. 한 사람당 다섯 가지 이야기를 준비해 오라고 했다.
드디어 촬영 당일.
처음에는 다들 의욕이 넘쳤지만,
다들 라디오 업계 사람들이라 밤을 새운 사람도 있고 지친 사람도 있어서,
잠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야기가 재미없거나 서툰 사람도 있어서…
상황이 꽤 엉망진창이 되어버렸다.
뭐, 그렇게 겨우 다음 날 새벽 무렵이 되어서야 백 번째 이야기가 끝났고,
드디어 마지막 촛불을 끌 차례가 되었다.

여기가 가장 중요한 메인 이벤트니까 잠들었던 사람들도 다 깨웠다.
녹음 스태프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제대로 녹음해두라고 했다.
“끈다!”
그렇게 마지막 촛불을 ‘훅’ 하고 끄자 주변은 칠흑 같은 어둠이 되었지만,
별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뭐, 아무 일도 안 일어나는 게 당연하다. 이런 과학의 시대니까.
아무 일도 없어서 안심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허무하기도 했지만,
“라디오 기획으로는 실패네~” 같은 말을 나누며 장비도 철수했다.
돌아가는 길에,
“그 이야기는 진짜 별로였어”, “내 이야기는 어땠어?”라며 이야기를 나누는데…
아나운서 한 명이 이렇게 말하기 시작했다.
“근데, 한 사람당 다섯 개씩 무서운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다섯 개를 준비해왔거든.
제일 마지막에 하려고 가장 무서운 걸 아껴뒀는데, 결국 내 차례는 오지 않았어.”
“그럴 리가 없잖아. 스무 명이 모였고, 20명 곱하기 5개면 딱 백 개인데.
이야기 하나 끝날 때마다 촛불을 세면서 백 자루를 다 껐단 말이야.”
“아니라니까, 나한테는 차례가 안 왔다니까. 내 앞 사람에서 백 번째 이야기가 끝났어.
제일 무서운 걸 못 해서 난 좀 납득이 안 가네.”
그건 참 이상한 일이었다….
그래서 이대로 방송국에 가서 방금 녹음한 걸 들어보자고 했다.
방송국에 도착해 앞부분부터 듣기 시작했다.
“아! 이건 내 이야기다. 내가 첫 타자였으니까. 이 얘기 무서웠지?”
그러고는 조금씩 빨리 감기를 하며 확인했다.
“아! 이거 내 거다, 내 거! 내가 한 얘기야!”
그렇게 이야기마다 앞부분을 들어보며,
“아, 이건 나인데 말을 잘 못 했네…”
라며 다들 왁자지껄하게 누가 말했는지를 확인해 나갔다.
그러다 종반부에 딱 하나, 주인이 없는 이야기가 나왔다.
다들 그 부분을 들어보는데, 중얼중얼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하고 있었다.
무슨 말을 하는지 거의 들리지 않았다.
그러자 몇몇 사람이 말했다.
“아! 이 얘기 기억나. 나도 듣긴 했는데, 너무 중얼거려서 안 들리길래 도중에 듣는 걸 포기했어.”
“나도 기억나. 중간에 큭큭거리며 웃길래, 무서운 이야기 하는데 웃는 건 또 뭐야 싶어서.
이 자식 성의 없게 하네 생각하고 그냥 안 들었어.”
“아… 내용은 기억 안 나는데, 내 오른쪽에 있던 사람이었던 것 같아.”
“아니야, 나보다는 왼쪽에 있던 사람이었어.”
라며 다들 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목소리가 누구인지 확인하려면 소리를 제대로 듣는 게 제일이었기에,
거기에 있던 엔지니어에게 “이 소리 어떻게든 들릴 수 있게 키워줘”라고 부탁했다.
그래서 엔지니어가 노이즈를 제거하고 소리를 증폭해 보았더니,
말하고 있던 내용은…
『나 지난주에 죽어버려서 정말 곤란해. 설마 차가 올 줄은 몰랐거든.』
다음 날 절에 가보았더니,
모두가 ‘내 오른쪽’ 혹은 ‘내 왼쪽’이라고 말했던 바로 그 위치에,
일주일 전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람의 유골함이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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