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되면 늘어나는 괴담·심령 콘텐츠. 하지만 무심코 다가갔다가 불쾌한 경험을 하게 될 수도 있다. 프리랜서 디자이너 A가 괴담 낭독자를 통해 겪은 실제 체험담.
이제 곧 여름이 다가오면, 심령 프로그램이나 괴담 이벤트 같은 것들이 많아질 거라 생각하기 때문에 주의 환기를 위해 적어본다.
친구 A의 체험담이다. A는 기혼자로, 프리랜서 디자이너 일을 하고 있다. 낮에는 집안일, 심야에는 작업을 하다보니 잠들기 직전까지 컴퓨터 모니터를 오래 보는 일이 많았고, 한동안 불면중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 때, 우연히 유튜브에서 낭독계 영상을 접하게 되었는데 무척 편안하게 느껴져 수면 유도에 딱 맞았다고 한다.
낭동 영상의 장르는 괴담이었지만, A는 영적인 체질이 전혀 아니고, 귀신 이야기도 믿지 않았기 때문에 대부분 창작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단지 낭독자의 차분한 목소리에 안정을 느끼기 위해 시청했다.
어느 날, 자주 듣던 낭독자가 트위터를 시작했다고 하여, 새 작품 알림을 받을 목적으로 팔로우했는데, 곧바로 맞팔로우가 돌아오고 DM 까지 자주 왔다고 한다.
내용은 괴담 낭독가에서 괴담사(怪談師)로 전향하기 위해 가게를 열거나 직접 이벤트를 열 계획이라는 상담이었다. 그런 메시지가 자주 도착했다고 한다.
A는 우 사람 좋고 세심한 성격이라, 하나하나 성심껏 답장을 보내며 상대의 불안을 덜어주려고 했다. A는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매일, 라인, 트위터 DM. 모두 반드시 존댓말 정중어를 쓰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괴담사로부터 말투 지적을 받고, 진지한 A는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여 가급적 캐주얼한 말투로 답하려고 했다.
하지만 A에게는 불면증을 치유해 준 은인 같은 사람이었기에 존댓말을 쓰지 않고 대화한다는 건, 꽤나 큰 정신적 부담이었다고 한다.
게다가 A는 사진을 찍는 것이 취미라서 트위터에 사진을 올리곤 했는데, 그중에는 셀카도 있었다.
문제의 괴담사는 그것을 보고 다소 성희롱에 가까운 발언까지 했다고 한다. A는 한때 마음의 안정을 주던 낭독을 듣는 것조차 점점 불괘해져 더 이상 듣지 않았다.
그리고 어느 날, 괴담사로부터 갑작스럽게… DM이 도착했다.
어느 날 A에게,
“당신, 나한테 생령(살아 있는 사람의 혼령)을 날리고 있죠?”
라는 DM이었다.
*생령 뜻 : 일본식 오컬트 문화에서 비롯된 의미의 생령(生霊いきりょう)은 좀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유령의 일종이지만 죽은 사람의 영혼이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의 영혼이라는 설정이다. 역시 일본식 오컬트에서 사용되는 단어인 사령의 반대말.
앞써 말했듯이 A는 기혼자이며 A부부는 누구나 봐도 금슬 좋은 잉꼬부부였고 A 자신도 늘 남편을 가장 먼저 생각하고 있었다.
게다가 일과 취미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기에 그런 걸 날릴 여유 따윈 전혀 없었다.
이 이야기를 들은 나는 배를 잡고 깔깔 웃어버렸다.
하지만 A는 성실한 성격이라, 혹시 은인에게 민폐를 끼친 건 아닐까 하고 꺼림칙해 하면서도 신경 쓰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 A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제일 먼저 든 생각은, 그 괴담가는 A를 불안하게 만들어 세뇌시키고 뭔가 좋지 않은 일에 끌어들이려는 게 아닐가 하는 것이었다.
몹시 걱정이 되었던 나는 인터넷 검색을 총동원해서 문제의 괴담가의 정체를 밝혀내려고 분주히 움직였다. 그러자 실마리가 나왔다.
그 괴담가가 한때 영감 상법 그룹에 소속돼 있었다는 사실이.
곧바로 그 사실을 A에게 전했고, A 역시도 그 괴담가가 불법적인 약물을 하고 있거나, 혹은 조현병을 앓고 있는 게 아닐가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한다.
어느 쪽이 사실이든 간에 계속 관계를 이어가는 건, 위험하다는 결론에 이르러, A는 트위터를 차단하고 유튜브 채널 구독도 취소하여 일절 관여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아직 그 괴담가는 유튜브 등에 영상을 올리고 있으며, 트위터도 닫지 않은 상태다.
그리고 내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그 괴담 낭독자는 마흔 전후임에도 불구하고 독식으로 부모 집에 얹혀 살고 있으며, 괴담 낭독 유튜브 외에는 별다른 수입이 없는, 이른바 파라사이트 니트 같은 생활을 하고 있는 듯 했다.
관심을 두는 것은 오직 심령과 괴담뿐인 것 같았고, 무슨 사정이 있는지는 몰라고 살아가는 세계가 지나치게 좁아져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고등학생들이 호기심에 들어간 폐병원. 그곳에서 친구 K가 spook처럼 제3진찰실에서 ‘보이지 않는 의사’에게 진찰을 받고 있었다.…
시어머니의 유언을 어기고 시댁 정리에 갔던 가족들. 끊어진 전화선에서 걸려온 정체불명의 전화, 그리고 찾아온다는 목소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