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괴담회 문틈 사이, 월세 받으러 간 대학생이 마주친 긴 생머리 귀신 이야기, 여름밤, 시흥의 원룸촌에서 대학생이 겪은 의문의 사건. 유흥업소 인근 빌라에 살던 그는 301호 남성과 정체불명의 여자를 만나게 되고, 신발장과 현관 등 곳곳에서 이상한 흔적과 위협을 경험한다.
2001년 제가 20살이 되던 해였다. 나와 부모님은 당시 서울에 살고 있었다.
아버지는 노후를 대비해 경기도 시흥시 원룸촌에 빌라 건물을 하나 매입하셨는데 층마다 세 가구씩 거주하는 5층짜리 건물이었고. 옥상엔 옥탑방이 하나 있었다.

아버지는 1층부터 5층까지 15개 방에 세입자를 받으셨다.
친구들은 건물주 아들이냐며 부러워했지만. 막상 현실은 너무나 달랐다.
아니 말이야. 대체 왜 다들 월세를 왜 날짜에 안내는 거야? 집집마다 월세가 너무 밀리는 것이었다.
매달 따박따박 관리 비용만 나가고 수입은 거의 없는 상황이었다.
아버지는 결국 특단의 조치를 내리셨다.
- “야. 지운아 방학 때, 아버지 좀 도와라. 월세를 네가 좀 걷어라.내가 있잖아. 받아온 월세 10%는 너를 줄게.”
사실 입장에선 마다할 이유가 없는 제안이었다. 아버지에게 큰 도움도 될 수 있고.
옥탑에 따로 살면 혼자 사는 자유도 만끽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돈! 기말고사가 끝나는 날, 그렇게 낭만 가득한 옥탑방 생활이 시작 되었다.

사실 월세 받기 어려운 이유는 따로 있었다. 빌라가 있는 지역에 좀 특이했는데. 불이 꺼지지 않는 동네, 노래방부터 나이트 클럽까지 유흥업소가 즐비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빌라에 사는 대부분의 세입자는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분들이었다.
그 정도는 순한 버전, 난이도 최하 버전이고. 층층마다 매운맛 세입자들이 있었다.
조폭들도 있었고, 술집 여자분들, 옷 벗고 욕하고, 여자분은 신발 던지고,
어린 대학생이니까 돈 달라고 하면 “나 못 낸다” 하고, 되게 맞고 어른 없이 쓴 맛을 알게 되었다.
그중에서도 저를 가장 힘들게 한 건 301호 세입자였다.
301호에는 양쪽 팔 가득 문신이 있는 50대 아저씨가 살고 있었는데. 올해 1월부터 지금까지 무려 반년이 넘게 월세를 내지 않고 있었다.
전 이대로 301호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이 아저씨에게 밀린 월세만 받아도 대략 20만 원이 제 손에 들어온다.
많이 밀렸으니까. 호시탐탐 301호를 주시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드디어 301호에서 기척이 들렸다
- “저 집 주인인데요.”
- “죽고 싶으세요?”
멘트가 너무… 아저씨가 너무…
- “아니 저 선생님, 월세가 조금 많이 밀리셔서 주셔야 하긴 하는데…”
- “내가 왜 줘? 꺼지세요.”
- “혹시 한꺼번에 내는 게 힘드시면 세 달치라도 괜찮으니까… 아니, 그것도 힘드시면 이번 달 것만이라도…”

그때 문틈 너머 긴 생머리의 여자가 보였다.
여자친구가 있나 보다, 샤워라도 하고 나온 듯 젖어 있었다. 여자친구인가 같이 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방해를 해가지고 짜증을 낸 듯했다. 그렇다고 이대로 포기할 순 없었다.
아버지 그리고 나를 위해 반년치 월세를 꼭 받아내야 했다.
20살의 패기로 재 방문을 했다
- “야, 목숨이 두 개야?”
- “선생님 그게 아니라 월세를 주셔야 저도…”
그때 긴 생머리의 여자가 또 나타났다.

- ”또 찾아오면 그땐 죽어.”
전 왠지 모르게 옷싹해서 그 길로 곧장 옥탑방으로 올라갔다.
시간이 흘러 자정 무렵 전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물방울 소리가 어디선가 들렸따.
집안 곳곳을 둘러봤지만 어디에도 물 새는 곳은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현관 밖도 확인해 봤는데 역시 아무 이상 없었다.
분명히 들렸는데… 문틈 사이로 절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301호에서 본 그 여자.

눈을 떠보니 다음날 아침, 현관에 쓰러져 있었는데. 발장에 물 같은 끈적거리는 게 묻어 있었다.
처음엔 여기서 시작이 된 거 같다. 그다음부터 이제 매일매일 그 여자가 있었다.
여자가 옮겨온 것 같다…
너무 무서웠던 건, 그 여자가 처음에는 신발장, 그다음엔 점점 가까워졌다.
301호 아저씨를 괴롭히다가 재미가 없어져서 날 찾아온 걸까?
아니면 301호 아저씨가 날 괴롭히려고 여자를 나한테 보낸 걸까?
별 상상을 다 했다…
솔직히 옥탑을 나가야 하나 고민도 됐지만, 이 빌라는 아버지가 평생 모은 돈으로 산 건물이었다.
아버지께 귀신을 봤다고 말하기가 망설여졌다.

그렇게 며칠이 흐른 어느 밤, 한참 뒤척이다가 겨우 잠들었는데 얼굴에 뭔가가 떨어졌다.
침대 밖으로 도망치려는 순간. 몸이 굳어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 여자 : 또 찾아오면 죽어!!!! 이히히히…..
이유가 뭐든, 더는 이곳에 있을 수가 없었다.
난 그 길로 친구 집으로 가서 자초 지정을 설명했다.
그리곤 그대로 잠들었다. 그날 밤은 정말 오랜만에 여자를 보지 않고 편히 잘 수 있었다.
다음날 아침, 친구는 절 걱정하며 말했다
- “지운아, 아버지한테 말하고 뭔가로 가든, 우리 집에서 지내든 그 옥탑에서 당장 나와.”
전 며칠만 친구 집에서 머물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 보기로 했다.
필요한 옷가지를 챙기러 옥탑으로 갔는데, 현관문에 뭔가로 찍힌 자국이 잔뜩 남아 있었다.
그리고 문 앞엔 뭔가가 놓여 있었는데. 새파란 횟칼 한 자루였다.
엄청 큰 거. 거의 횟집에서 참치 해체할 때 쓰는 칼 같은 거였다.

누가 이미 칼을 두고 나를 여러 번 찌르려 했을 수도 있었다.
내가 죽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너무 위험하다…
얼마 후 301호 아저씨의 과거를 알게 되었다.
그 아저씨는 10수년 전. 자신의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사체를 물탱크에 숨겼던 범죄자.
긴 수감 생활을 끝내고 1년 전에 저희 빌라에 살게 된 거였다.
그 여자분이 나를 구해 주려고 매일 찾아와서 “나가라”고 얘기했던 게 아닐까요?
경고를…
결국 저는 아버지에게 모든 이야기를 했고, 그날 이후 아버지 빌라 근처엔 다시는 가지 않았다.
여자도 더 이상 내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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