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쓰야마, 숲속 신사에서 파워 블로그가 겪은 이야기 – 심야괴담회, 일본 마쓰야마의 작은 신사를 찾아간 여행 블로거가 낡은 건물 안에서 알 수 없는 소리와 제단을 목격한 뒤, 한국에 돌아와서부터 몸 곳곳에 이유 없는 멍과 이상한 환영에 시달리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무서운 이야기.

6년차 파워 블로그. 추억을 기록하기 위해 시작한 블로그였다.
파워 블로그를 유지 하기 위해서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특이하고 생소한 여행지를 찾게 되었다.
그렇게 찾은 여행지는 일본의 마쓰야마였고, 절친 유진이와 함께 떠나게 되었다.
여행 자체는 처음엔 정말 평범하고 즐거웠었다. 전통 가옥들이 늘어선 거리를 걸었었고, 작은 공방을 구경했었고, 맛집을 도장 깨기 하듯 돌아다녔었다.
중간중간 블로그에 올릴 사진도 열심히 찍고 있었고, 이번 시리즈도 조회수 잘 나오겠다고 혼자 신나 있었었다

여행 마지막 날, 숙소 로비에 앉아서 마지막으로 어디를 갈지 찾아보고 있었는데, 그때 직원 린짱이 다가와서 신사 하나를 추천해줬었었다. 현지 사람들 사이에서 조용하고 분위기 좋은 곳으로 은근 유명한 곳이라고 했었고, 그 말에 바로 귀가 솔깃해졌었었다. “이건 대박 콘텐츠겠다”라는 생각밖에 없었고, 결국 유진이랑 그 신사로 바로 향했다

신사는 울창한 숲 한가운데에 있었고, 바람이 불 때마다 어디선가 잔잔한 종소리가 들려오고 있었었다. 괜히 마음이 가라앉으면서도, 사진 컷이 잘 나오겠다는 생각에 여기저기 구도를 바꾸며 셔터를 눌러대고 있었었다. 그렇게 한참 돌아다니다가, 문이 굳게 닫힌 낡은 건물 하나가 눈에 들어왔었고, 입구는 거칠게 박힌 나무판자로 막혀 있었다.
호기심에 건물쪽으로 다가갔다.
그런데 그 문 틈 사이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또각… 또각… 규칙적인 듯, 그러나 사람 발소리도, 시계소리도 아닌 기묘한 소리.

결국 문을 열었는데, 안은 공기부터가 달랐었고, 오래된 나무 냄새와 함께 먼지가 가득했고 안쪽에는 작은 제단 같은 것이 있었고, 촛대와 낡은 장식들이 어지럽게 놓여 있었었다
나는 카메라를 들고 유진이를 제단 앞에 세워두고 사진을 찍고 있었었다.

그런데 카메라 모니터 속에서 뭔가가 눈에 들어왔었고, 처음에는 그냥 인형인 줄 알았었었다. 빨간 기모노를 입은 여자 하나가, 제단 옆에 가만히 앉아 있었고, 눈 하나 깜박이지 않고 앞을 보고 있었다.
다시 찍으려고 손가락을 셔터에 올리는 순간, 그 여자의 고개가 휙 돌았다.
모니터 속에서, 분명히 내 쪽을 보고 있다.
순간 놀래서 뒤로 자빠졌고 유진이 한테 너 옆에 여자가 있었다고 말하고 우리가 고개를 돌렸을 때, 그 자리에 여자는 없었다.

그 순간 갑자기 나타난 신사 관리인.
신사 관리인처럼 보이는 남자가 서 있었고, 우리를 보자 표정이 굳어지고 있었었다.
그는 우리가 알아듣지 못할 만큼 빠른 일본어로 뭐라고 쏟아내고 있었는데, 겨우 알아들은 말 하나 킨시데스, 분위기만으로도 “여기 들어오지 말라, 사진 찍지 말라”는 뜻이라는 걸 알 수 있었었다.
우리는 잔뜩 주눅이 들어 연신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고 있었고, 서둘러 그 건물을 빠져나와 신사를 떠났다.

숙소로 돌아와 피곤에 지쳐 쓰러지듯 잠들었고, 다음 날 체크아웃하려고 로비에 내려갔을 때, 린이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면서 말했다.
어젯밤에 잘 잤냐고 물어보길래 잘 잤다고 말하자, 정말요 하며 되묻는 린의 표정이 이상했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 며칠 동안은 정신없이 바쁜 척 일상에 묻혀 있었고, 주말이 되어서야 마츠야마 여행기를 정리해서 블로그에 올리고 있었다.
방문했던 맛집 리뷰도 올리고, 마지막으로 린짱이 추천했던 그 신사 사진까지 정리해서 올렸는데, 역시 반응은 폭발적이었고, 댓글이 쏟아졌다.
댓글을 하나하나 읽다가, 문득 온몸에 힘이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어깨가 무겁고, 팔다리가 욱신거리고 이상해서 거울을 보니, 팔이며 다리에 시퍼런 멍이 잔뜩 올라와 있었고, 마치 맞은 사람처럼 퍼런 자국이 군데군데 박혀 있었다.
처음에는 어디 부딪힌 건가 싶어서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있었는데, 샤워하면서 다른 부위를 보니, 등, 허벅지, 손목까지 멍이 번져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여행 중에 그렇게 심하게 다친 기억은 없었고, 그래서 결국 유진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유진이도 여행 다녀온 후부터 몸이 축 나 있었고, 여기저기 멍이 계속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똑같은 일을 겪고 있었던 유진이.
걱정과 함께 급히 전화를 끊었다.
차마 하지 못한 말이 있었는데,
또각. 또각.
신사의 그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며칠 후,
앉은 채 꾸벅꾸벅 졸고 있었는데 잠결에 펜을 떨어뜨려 주으려고 고개를 숙였는데 펜이 다시 굴려오더니, 귓가에 신사의 그 소리가 울렸다.

기다렸다는 듯 쳐다보면서 손톱을 마구 뜯어댔다.
뒷걸음 치는데 어느새 내 앞에 다가와 목을 잡고 가위로 나를 찔렀다.
그리고 기절했는데 누군가가 나를 흔들며 이름을 부르고 있었고 일어났는데, 책상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그걸 비웃듯 바닥에는 꿈에서 여자가 들고 있던 것과 똑같은 모양의 가위가 떨어져 있었다.
엄마는 내 얼굴을 보더니 멍을 가리키고 있었다.
거울을 보니 얼굴에도 멍이 있었다.
얼굴은 부딪힐 일도 거의 없는데, 손이 닿는 자리마다 멍이 생겨 있는 걸 보면서 그때부터 뭔가가 정말 잘못됐다는 생각 들었다.
인터넷을 뒤지고 병원도 가보고 있었지만, 검사 결과는 멀쩡하다고만 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피로와 멍, 그리고 밤마다 들려오는 또각또각 소리는 점점 더 심해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블로그 알림이 울리며 마츠야마 여행기에 새 댓글이 달렸다.

“당장 그 사진을 지우라”는 내용이었고, 지우라고 한 사진은 신사에서 찍었던 제단 사진이었다.
이상해서 댓글 쓴 사람에게 쪽지를 보내서
왜 그러는지 물어보고 봤는데. 돌아온 답장은 충격적이었다
그 신사는 엄연히 신을 모시는 사당인데,
그 안을 무단으로 뒤지고 사진을 찍은 건 엄청난 무례이자 금기라고 당연히 화를 당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그때 신사에서 신사 관리인이 했던 말의 뜻을 이제야 이해했다.
사진을 찍으면 안 된다고…
나는 급히 그 사진들을 전부 삭제하고 블로그도 폐쇄를 했다.
유진이에게도 사진에 대해 연락을 남겨놓았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고, 오히려 그날 이후로 상황은 더 심해지고 있었다.
또각또각.
기다렸다는 듯 손톱을 마구 물어뜯더니 목을 졸랐다.

숨이 막혀오고 시야가 흐려질 때쯤, 방 안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거울 속의 나는, 내 두 손으로 내 목을 미친 듯이 조르고 있었다.

그제야 깨닫고 있었다. 그 여자, 빨간 기모노 귀신이 하던 행동을 내가 그대로 따라하고 있었던 거였다
어떤 날은 맨손으로, 어떤 날은 가위를 들고, 나는 나도 모르게 내 몸을 공격하고 있었다.
걱정이 됐던 엄마는 온갖 방법을 썼지만, 도저히 막을 수 없었다고 한다.
진실을 안 이후에도 멈출 수 없었던 고통.
그렇게 고통스러운 나날을 버티고 있었는데, 어느 날 유진이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유진이의 부고 소식이었다.
유진이는 밤낮으로 자기 몸에 상처를 내다가 결국 목숨을 끊었다는데,
그 얘기를 듣는 동안, 머릿속에는 빨간 기모노를 입은 여자가 유진이 앞에 서 있는 장면이 떠올랐다.
유진이도 분명 나처럼 그 여자를 봤었고, 또각또각 소리와 함께 홀려서 자기 몸을 괴롭히고 있었을 거라고
며칠 전, 내 몸에도 새로운 붉은 멍이 하나 더 생겼다. 이유 없이, 기억도 없이, 마치 누군가가 일부러 찍어놓고 간 것처럼 선명하게 남아 있다.
그래서 요즘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
나도 언젠가는 유진이처럼 세상을 떠나야, 이 고통과 또각또각 소리가 끝나게 되어 있는 건 아닐까 하고.
만약 이 글을 읽고 마츠야마로 여행을 갈 생각이 있다면 신사에서 절대로 아무것도 만지지 말고 들어가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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